아침 7시 50분

평소대로라면 이불 속에 있어야할 그는 오랜만에 자신의 몸을 씻어낸다.

몸을 씻고 나와 머리를 말리고 고등학교 1학년때 입학 기념으로 부모가 사준 청바지와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가기 전 부모에게 부탁해서 산 체크 무늬 셔츠를 입기 시작한다.

옷의 가격 79,000원.. 오늘 그의 자존심을 지켜줄 가격이다.

이름모를 패딩을 입고 필통, 노트를 챙겨 새로운 학교로 향한다.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뚜벅         뚜벅 ..   뚜벅....

아침 8시 13분

​집에서 나와 낯선 길을 걸은지 4분째 그의 걸음은 느려지기 시작한다.

​" 저 놈은 왜 저렇게 팔랑거리는 바지를 입은거지? 정말 이해가 안되네 "

" 고작 유행을 따라가서 개성을 버린 채 롱패딩을 입는 한심한 놈들 .. "

그는 속으로 이런 말따위를 하며 나 자신을 위로했지만 그들의 시선까지는 위로할 수 없었다.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남들과 같이 버스를 탄다.

아침 8시 57분

그는 간신히 시간에 맞춰서 교실 앞에 도착했다.

" 다들 처음 만나는거니까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면 친하게 지낼 수 있겠지.. ? "

속으로 다짐하며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고등학교때와는 달리 5명이서 같이 앉는 책상 , 그 책상 속에 앉아 떠드느라 정신없는 또래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 처음보는 사이인데 어째서 저렇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거지? "

아직 아무도 앉지않은 책상에 앉은 그는 머리속이 하애진다.

혼자 앉아서 뻘줌한 기분이 들어 스마트폰 속 젬파이터 친구들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다.

" 야 우리과 수업 들어왔는데 예쁜 애 아무도 없다 ㅋㅋㅋ "

" 내가 늦게 들어와서 아직 나 혼자 앉아있다 ㅋㅋ "

준호에게서 답장이 왔다.

" 수업 첫날부터 자체공강 쳐 ㅋㅋ  "

어제까지만 해도 채팅 치던 그 말투가 웃기기도 하고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들어

" 푸훗.. 풋... "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침 9시 4분

진부하게 생긴 교수가 들어와 진부하게 수업 소개를 한다.

" 안녕하세요. 신입생 여러분 "

" 제 수업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대신 4명 또는 5명이 한 조를 이뤄서 수업 내용을 압축한 PPT를

​제작하여 발표하는걸로 평가합니다. "

" 각 조마다 파트를 나눌 것이고 무엇보다 조별로 하기때문에 협동심을 가장 우선순위로 평가합니다. "

" 다들 OT 때 친해져서 조 짜는데에는 문제가 없지요 ? "

" 30분까지 각자 조를 정해서 종이에 적어 제출해주세요. "

그는 정신이 멍해지며 속으로 생각했다.

" 젬파이터 친구들이 OT때는 안가도 괜찮다고 ..나중에 친해지면 된다고 해서 안갔었는데.. 어쩌지....? "

벌써부터 조를 나누느라 시끄러워진 교실 속 그 혼자만이 조용히 있는다.

아침 9시 32분

진부한 교수가 진부한 말투로 말했다.

" 다들 조가 정해진 것 같네요. "

교수가 순차적으로 조 이름을 부르고 조에 해당되는 학생들은 손을 든다.

교수는 모든 조의 이름을 부르고 확인한 후 말한다.

" 아직 조를 못짠 학생들이 있나요 ? "

그는 그제서야 들고 싶었던 손을 들 수 있었다.

" 저.. 아직 조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

26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집중됬다.

- 개강편 2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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